[동아일보] AI·IT 세상에서의 돌봄 서비스

[손보미의 Girl in Tech] 타인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노력, 인공지능 vs. 감성지능

약 120년 후, 2136년이면 기계가 사람을 완전히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와 미국 예일대학교가 공동으로 352명의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미래 로봇이 언제쯤이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연구한 결과다. 해당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계가 대형 트럭을 운전하는 것은 불과 10년 후인 2027년에 가능하고, 2024년이면 로봇이 인간보다 언어를 잘 번역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2026년이면 AI가 인간보다 더 훌륭한 에세이를 작성할 것이라 전망한다. 미래의 혁신적인 발전 소식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공포감을 느낀다. 인간의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고, 대중교통과 건강, 과학, 경제, 군대를 완전히 바꾸어 현대 사회의 삶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1분 정도 피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장면을 만난다. 을지로입구역, 노숙자들이 거리에 누워있거나 힘없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 그들은 어떤 구걸도 하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초점 없이 어떤 생각일지 알 수 없는 그들을 보면 알 수 없이 눈이 시리다. 이 모습과 함께 뉴스에서 나오는 첨단 혁신 이야기가 오버랩되면서, 사람 간 차이가 커지는 세상 속 다양한 삶의 공존이 필자에게는 공포를 느끼게 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2016)’가 생각난다. 주인공 블레이크는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다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 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 이른다. 이후 다니엘은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관공서에서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번번이 좌절한다. 전화를 기다리는 것은 끝이 없어 보이고, 막상 통화가 연결되면 필요한 절차에 따른 서류를 요구한다. 또한,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인증해야 하는데, 평생 목수일을 한 59세의 블레이크는 어렵기만 하다. 결국 그는 옆집 청년들에게 도움을 구해 인터넷 예약을 한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2016) (출처=IT동아)

비단, 영화 속에서만의 이야기일까. 사람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관료화된 복지제도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현재 우리 시대의 이야기로 비춰진다. 화려한 기술 발전 앞에 우리를 인간다움과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이다.

최근 한국은 IT스타트업만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소셜벤처(Social Venture,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가가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들이 많이 탄생한다.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인, 이방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서비스들이 IT를 만나며 다양한 형태로 탄생했다.

일례로 ‘째깍악어(대표 김희정)’는 일하는 엄마와,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하는 대학생 교사를 연결하는 아이 돌봄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하는 부모라면 몇 시간만이라도 누군가 아이를 돌봐줬으면 하는 순간이 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남편도, 친정엄마도, 시댁도, 도와줄 수 없으면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몸이 아프거나 너무 지칠 때, 아이 숙제만이라도 도와줄 사람이 필요할 때, 등·하원을 딱 2시간만 시간제로 맡겨야 할 때, 누군가에게 SOS를 보내고 싶을 때… 그렇게 절실한 엄마들이 모였다. 이를 해결하고자 째깍악어는 모바일 앱을 통해 ‘돌봄예약’ 버튼을 터치하면 서비스를 희망하는 날짜와 지역, 돌봄교사 프로필 내용 등을 검색해 적합한 돌봄교사를 제공한다. 지난달 기준, 현재 가입 돌봄교사 수는 587명이고, 지금까지 총 1063건의 돌봄 서비스를 연결했다.

째깍악어(출처=IT동아)

이 업체는 사회적기업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팀으로 선정된 후 지난해 4월 설립했다. 아이의 성장 과정을 가정의 행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공동체 의식을 키우고 IT를 접목해 육아가 더 이상 엄마 혼자만의 숙제가 아닌, 함께 돌보는 건강한 육아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이 서비스 비용은 최소 2시간에 2만 8,000원(시간당 1만 4,000원)이다. 초등 저학년 수준의 영어 학습 및 영어를 사용한 놀이, 활동 등을 제공하는 영어돌봄서비스도 있다. 취약계층에는 30% 할인하며, 취약계층에게 할인 제공한 금액은 업체 측에서 부담하거나 ‘봉사’ 의지를 밝힌 돌봄교사의 시급 할인 제도로 충당된다.

사회 취약계층은 사회서비스 구매능력이 부족한 저소득계층을 의미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을 취약계층으로 보는 업체가 대부분인데, 째깍악어는 취약계층 기준을 유연하게 운영 중이다. 차상위계층, 장애인 형제를 둔 비장애인 어린이, 오랜 별거생활로 사실상 한부모가정인 가구 등도 취약계층 할인 대상이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다.

돌봄, 보살핌의 의미를 갖는 케어(Care)는 고대영어 caru, cearu 로 ‘슬픔, 근심, 비통’에서 기원했다. 누군가의 슬픔과 근심, 비통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하는 노력들이 IT와 인공지능 등과 합쳐져 다양한 기술로 탄생했다. 사물인터넷(loT) 기술을 결합한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펫터(Petter)’, 다문화가정 교육 소외 계층을 위한 서비스 ‘담뿍이 알로하아이디어스(Aloha Ideas)’,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해 쉐어하우스를 제공하는 ‘우주(Woozoo, 대표 김정현)’ 등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또한, 신생/초기 소셜벤처들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초기 투자와 함께 인큐베이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소풍(Sopoong, 대표 한상엽)’ 등 엑셀러레이터 기업도 등장했고, ‘루트임팩트(Rootimpact, 대표 정경선)’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사회혁신가(체인지메이커)들의 코워킹 커뮤니티 ‘헤이그라운드’를 만드는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업가 정신과 벤처 방식의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나를 돌보기도 힘든 세상이다. 개개인의 생활 속에 스스로 느끼는 분노와 수치심, 두려움 등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을 마주하고,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다. 한때 필자는 감정을 교환하거나 거래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성은 공부하고 논리적인 훈련으로 개선할 수 있는데, 감성은 정확한 가이드 없이 그저 많은 경험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감정을 거래할 수 있다면 더 행복한 삶을 위해 – 힘들 때 – 혼자 맥주나 위스키 대신에 감정 하나를 받을 수 있기 않을까. 또한, 2014년 한 해 동안 가평군 시민 수와 서울대 재학생 수만큼이나 되는 약 1만 3,000여 명의 자살을 예방할 수 있고, 감정 기부를 통해 살인 등 범죄를 예방할 수도 있지 않을까.

감정도 거래가 가능할까?

타인의 정서를 읽지 못하는 ‘정서 문맹(emotional illiteracy)’이라는 말이 있다. 정서지식은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읽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파악한 후에 ‘공감(empathy)’할 수 있도록 하는 요인이다. 공감은 자신의 발전도 가져오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창조하고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지식이 적다고 살인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식이 많아도 살인이 일어난다. 한때 대한민국은 지능지수(IQ)가 높은 사람에 열광했다. 이후 대니얼 골먼 교수가 감성지능(EQ) 개념을 내보이며, 전세계에 가슴이 따뜻해서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사람이 중요해졌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는 말은, 어쩌면 인간이 가진 ‘이성’과 ‘감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AI와 IT가 이성 영역의 일을 대체하는 세상이 될수록, 감성지능이 더 중요한 세상으로 변화할지 모를 일이다.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미국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수전 손택(Susan Sontag)은 베트남전, 사라예보 내전 등의 전쟁을 겪으며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양심의 명령을 고민하다 ‘타인의 고통 Regarding the Pain of Others’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도 증명해 주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연민을 소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 없는 연민은 스스로에게 주는 변명이나 면죄부 역할을 하기에, 현실 인식을 넘어 현실 해결을 위한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관찰하고 자각하는 것을 넘어서, 이를 품어 안아 해결하려고 할 때, 우리의 서비스가, 우리의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고 발전하는 게 아닐까. 물론,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고, 진짜 문제를 직면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섰을 때, 우리는 깨달음을 얻고,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해야 할 일들이 분명해져, 이를 행하는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리라 믿는다.

“인간은 오직 사고의 산물일 뿐이다. 인생은 생각하는 대로 되는 법이다. 당신의 믿음은 당신의 생각이 된다. 당신의 생각은 당신의 말이 되고, 당신의 말은 당신의 행동이 된다. 당신의 행동은 당신의 습관이 되고, 당신의 습관은 당신의 가치가 된다. 그리고 당신의 가치는 결국 당신의 운명이 된다.” – 마하트마 간디 (Mahatma Gand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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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70627/85077989/1

IT동아: http://it.donga.com/2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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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손보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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