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공간에 매몰되지 않기

하고 싶은 일을 함께 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최근 필자는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 ·협업 공간)’ 중 하나인 ‘위워크(WeWork)’로 사무실을 옮겼다. 높다란 천장과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창으로 알록달록 봄꽃으로 물들어가는 남산, N 타워 등이 보이는 공간. 창 밖을 벽화 삼아 글로벌한 언어들이 배경음악처럼 흐르고, 커피 향과 알싸한 맥주 탄산이 코끝을 자극하는 공간. 다른 이들처럼 한 자리를 자유롭게 잡아 노트북을 열고, 해야 할 일의 리스트를 체크하려면 두런두런 이야기가 들린다. 지인들의 성취감 넘치는 이야기. 인연이 생겼다고, 기쁜 기념일이라며 축하하고, 누군가의 상실과 실패에 위로하는 목소리들.

다크 써클이 내려오도록 피곤한 불금 퇴근길엔 오랜 친구와 단골 일본식 오뎅바에 앉아, 잔잔히 흘러나오는 포크 송을 듣기도 하고, 집에 도착하면 출근하느라 미처 정리하지 못한 하얀 침대에 귀찮은 듯 털썩 쓰러져 단꿈에 빠진다. 주말에는 절대자를 위해 노래하고 이야기하는 공간에 가끔 들리고,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한 지구를 벗어나 시공간을 뛰어넘어 새로운 행성을 찾아 탐험하는 스토리 등을 시각화하는 어두컴컴한 공간에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

이보다 간단하게 말할 수 있지 않은가? 맞다. 앞선 물리적인 공간을 설명한 문장은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회사, 사무실, 인터넷(공간), 술집, 교회, 영화관…. 그러나, 짧은 단어만으로 필자가 전달하려는 의미가 충분하지 못하다. 명명하기는 쉽고 편리하지만, 그 속 보이지 않는 감정과 공간에서 풍겨 나오는 분위기(Ambience), 컨텍스트(Context) 등을 전달하기 어렵다.

< 위워크 을지로점 >

위워크는 세계적으로 많은 스타트업이 탄생하면서, 이들을 위해 공간 임대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곳. 1인 기업이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 적은 비용으로 부대시설을 이용하면서 근무하는 것이 장점이다. 뉴욕에서 시작, 현재 전 세계 약 8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33개 도시에 120개 이상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뱅크(Softbank)로부터 3,0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받으며, 기업 가치는 약 19조를 넘었다. 국내에는 강남과 을지로에 이어 삼성동에 3호점을 냈다.

아래층 사무실에는 예전 컨퍼런스에서 만났던 마켓 컬리(Market Kurly) 팀이 있다. 마켓 컬리는 구하기 어려운 글로벌 프리미엄 식재료를 내 손 안에서 장 보는 컨셉의 이커머스(ecommerce) 스타트업이다. 최상위 품질의 유기농 식재료와 건강식품 등을 전문 유통하는  미국의 ‘홀푸드(Whole Foods)’와 비슷하면서도, 국내 실정에 맞게 웹 또는 앱으로 밤 11시 이전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 배송하는 서비스를 진행한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생활한 김슬아 대표는 한국에서 주말마다 붐비는 대형 마트, 백화점 등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싫었고, 먹고 싶은 양질의 음식을 요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사업을 시작했다.

한 건물의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만 하는 업무는 저마다 다르다. 필자는 글을 쓰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을 위해 온라인 및 모바일 상으로 금융상품을 비교하고, 정제된 컨텐츠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며, 시장분석과 고객 분석에 시간을 쏟고, 비즈니스 파트너와 상생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기획/실행한다(맞다. 마케팅을 한다). 이 안에는 위워크처럼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과 마켓 컬리처럼 가상의 공간에 쇼핑몰을 열어 거래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핀다(Finda)처럼 금융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함께 모여 있다.

아니다.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모여있다’라는 말은 뭔가 부족하다. ‘각자의 목표와 꿈, 관심사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 시공간을 넘어 시너지를 내는 현장’,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과 반짝이는 에너지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생태계가 건강하게 순환되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김수진 디렉터(Director of Community)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Create Your Life’s Work)은 협업과 창의력을 가지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때 – 생계 또는 사무실 그 이상의 가치 – 인생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세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 위워크의 미션”이라고 강조한다.

< 위워크 (WeWork), 다양한 분야의 사람이 함께 일하는 코워킹 스페이스 >

최근 주마다 북촌의 건명원(建明苑)이라 불리는 한 한옥을 방문한다. ‘밝은 빛을 세우는 터전’이란 의미의 건명원은 세월호 참사 충격으로 한 사업가가 사재 100억 원을 출연해 설립한 사설 학교로, 인문학·철학·과학·예술 등을 아우르는 강의를 한다. 언뜻 IT 스타트업, 금융 마케팅과는 연계성이 없어 보이지만, 다양한 학문에서 나오는 선현의 지혜를 들으면, 사업 요소요소 별로 접목할 아이디어와 영감을 많이 받는다. 또한, 이곳을 채우는 다양한 직업군의, 독특한 배경의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받는다.

 

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 (군자화이부동, 소인동이불화)

수업 중 ‘논어 자로(子路)편’의 한 구절이 기억에 남는다. ‘훌륭한 사람(군자)은 각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를 도모하지 모두 유니폼을 입혀 놓은 것처럼 똑같게 하려 하지 않는데, 좀 부족한 사람(소인)은 유니폼을 입혀 놓은 것처럼 똑같게 하려 하지 차이를 인정하는 조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 북촌 건명원(建明苑) >

자유로운 스타일의 코워킹 스페이스든, 개조된 한옥이든, 온라인상의 쇼핑몰이나 플랫폼이든, 공간은 그만의 고유한 형식을 가진다. 건물을 공간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공간이다. 그 안에 담긴 무형의 노력, 사람들과의 관계, 알 수 없는 기운과 열정적인 에너지, 개성 있는 문화나 가치다. 눈에 보이는 외형은 기본적이고 계량을 측정하기 쉽지만, 그 안의 소프트웨어는 재단하기 쉽지 않다.

일로 모인 사람들은 회사의 목표 매출(수익)과 개인의 성과지표를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와 그에 상응하는 보상만으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이지 않는다. 특히, 스타트업 구성원에게 중요한 것은 측정 안 되는 미션, 비전 같은 가치다. 사람이란 존재는 이성과 감성을 동시에 가진 동물이기에, 이 두 부분을 균형 있게 맞추어야 일하는 기쁨과 행복, 환희를 느낄 수 있다.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말라.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Kahn Gibran)의 ‘예언자’ 중에서

우리의 일에도 형식과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특정한 공간, 형식, 규칙, 약속에 매몰되어 진짜 목적을 잊지 말자. 매력은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 발견된다. 만족은 기대치보다 높은 효용을 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매우 흔하고 고리타분한 형식만은 아닐 것이다. 편리와 효율을 기본으로, 개성 있고 감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원한다. 고객을 대하는 진정성, 일에 임하는 진심이 형식과 명분보다 중요하다. 일상적인 일을 반복하고 권태로워지는 순간, 형식과 규칙에 매몰되고 있을 때, 고객을 위한 시선을 바로 들어야 한다.

글 / 핀다 손보미 마케팅 이사(bomi@finda.co.kr)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Johnson & Johnson에서 헬스케어 프로덕트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Project AA라는 문화예술 및 스타트업 마케팅 회사를 창업하고, 핀테크 기업에 회사를 매각 후, 금융상품 마케터로 변신했다.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쉐이퍼, 대한적십자사 현 홍보자문위원으로도 활동 중. 32개국에서 여행과 봉사활동을 했으며, 2권의 책을 출판한 바 있다.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http://naver.me/FO3BeUy5

* IT동아 : http://it.donga.com/26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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